시인이 되다(157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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눈 속의 나
눈 속의 나이동현창밖으로 흰 눈 내려어린 날 웃던 골목길눈싸움에 깔깔대던그때 나는 어디 갔나.철원 벌판 새벽녘에얼어붙은 군화 속에묵묵하게 삽을 들어하얀 적막 쓸어냈네.출근길에 눈을 밟고피로 짙은 발걸음에하늘에서 내린 눈꽃이젠 무겁게만 보여.그럼에도 창밖 보며눈 속 너를 다시 찾네숨결 속에 웃고 있던소년의 나를 만나러.
2025.03.18 -
눈 오는 출근길
눈 오는 출근길이동현눈이 내린다하얀 세상,창밖은 고요하고 아름답지만나는 깊은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미끄러운 인도 위,젖은 구두 속 양말이 축축하다버스는 오지 않고지하철도 멈췄다는 알림만휴대폰 화면에 쌓여간다뒤늦게 달려오는 버스 한 대가득 찬 사람들 사이나는 간신히 서 있다서로의 숨결이 김으로 번지고차창 너머,눈 내리는 거리가멀게만 보인다회사에 도착한 나는젖은 바지를 말리며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비로소 오늘을 받아들인다그러다 문득,눈 내리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오른다똑같이 눈을 맞았지만그때의 나는 웃고 있었다오늘의 나는피로와 책임에 젖어 있지만그럼에도 창밖의 눈송이 하나에잠시 잊고 있던 따뜻함을 떠올린다
2025.03.18 -
철원의 겨울
철원의 겨울이동현새벽 다섯 시기상벨 소리에 눈을 비비며젖은 군장과 얼어붙은 삽을 쥔다어둠 속,철원 벌판엔 눈이 쌓이고 있었다하늘은밤새 구멍이라도 난 듯쉼 없이 쏟아낸 눈발목 위로 차오른 하얀 무게숨을 내쉴 때마다입김은 허공에서 얼어붙고손끝은 저려오고발가락마저 무감각해진다삽질을 해도 해도끝나지 않는 눈밭이 눈을 어디까지 치워야동이 틀까젖은 군화 속양말까지 얼어붙은 채눈보라를 뚫고 걷던 그 겨울등 뒤로어둠과 눈발이 따라왔다고요한 적막과쉼 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나는 군인으로하얀 세월 속을 지나가고 있었다
2025.03.18 -
눈 오는 날의 골목
눈 오는 날의 골목이동현눈 내리던 그 골목 끝모두 모여있던 얼굴들손은 빨개지고볼은 얼어붙어도웃음만은 멈추지 않았다“눈싸움하자!”누군가의 외침에눈덩이는 순식간에 날아가고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눈 위를 구르고,누군가는 넘어지고,누군가는 일부러 더 넘어져모두가 배꼽을 쥐고 웃는다코끝 시리던 겨울장갑도 없이뺨 위로 내리던 눈송이마저장난처럼 느껴지던 날그 골목은그때 우리의 세상이었고흰 눈밭은작은 전쟁터이자 놀이터였다이제는 흩어진 얼굴들그때 그 골목 끝에서눈사람 하나를 만들어놓고우리가 또 오기를 기다리는 것만 같다
2025.03.18